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Landscape/나무의 시체

나무의 시체




부후의 마지막 몸살을 앓고 있지만

진화나 발육과는 무관한 나라는 텅 빈 빛

최후를 이미 알아 버린 허공의 청량함


넓게 생존하면서

너라는 깊이로 침입하지 않는건

허망함이 두려워서가 아니다

실체 없는 실체에 사로잡힌

나의 뒷모습과 상봉하기 싫어서지


오후의 괘도에서 만난

몰락하여 감질나게 빛나는 별

심장 속의 정맥피들이 쏴아아

일제히 기립하며 환호를 지른다

너를 만났다

이렇게 다른 중력 속에서

한꺼번에 망가져 탐나는


(글 정유희)